본문 바로가기
독서 리뷰

눈 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by 펄서까투리 2019. 10. 8.
  • 저자: 주제 사라마구
  • 역자: 정영목
  • 출판사: 해냄출판사
  • 출간: 2002년 11월 20일

 

# 세줄요약 #

1. 당연해서 모두 잊고 살지만 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해준 책.

- 이 소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백색 실명이라는 온세상이 하얗게 보이며 실명하는 병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설로 그리고 있다. 물론 이 전염병 자체는 다소 허구적이나(특별히 바이러스도 아니고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았고 의학적으로 설명도 안되는) 이 전염병으로 인해 모두가 장님이 되고난 이후 수용소에서 환자들의 모습은 소름끼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 오히려 이런 극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그 원인이 된 장님이 되는 백색실명증은 허구적으로 만든 것이 훌륭했다고 본다. 그런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었다. 원하는 음식을 찾아 먹을 수 있었고, 더러운 용변을 화장실에서 보고 몸을 청결히 할 수 있었고, 아침마다 회사가는 것은 힘들지만 적어도 햇빛을 보고 하루가 오고 감을 알 수 있었으니까...

 

2. 모두가 시력을 잃는 것이 그저 개개인의 몸이 불편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인간성마저 잃고 문명이 퇴화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스포주의).

- 처음에 사람들이 시력을 잃어갈때 생길 일은 그린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시력이 없으면 많이 불편하고 무섭게다 정도로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서 모두가 시력을 잃는 날이 오면 인간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하는 중반부 수용소에서 사건은 매우 슬프고 불편하게 묘사되었다. 처음에는 다들 인간성을 유지하려고한다. 아마 고학력자인 의사와 장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고 같이 들어온 아내는 병동의 분위기를 초기에는 잘 이끌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자동차 도둑 같은 부류도 있어서 검은안경을 낀 여자의 몸을 탐하다 죽음을 맞긴 했지만...

- 그럼에도 배급되는 식량은 부족하고 특히 변소를 못찾고 씻지도 못해 점점 더러워지는 수용소 환경은 너무 사실적이라 책으로 보면서도 힘들었다. 다만 여기까지는 그래도 환경이 더러운 정도였으나 나중에 깡패들이 들이닥친 후에는 깡패들이 식량을 쥐고 성매매를 강요하는 상황까지 흘러간다. 더이상 수치감도 필요없다며 담담하게 깡패들에게 몸을 맡기러 가는 여자들과 자신의 아내, 연인이 끔찍한 대가를 지불하고 받은 식량을 수치심을 참고 받으러 가는 남자들을 보면서 극한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가 알게되었다. 어쩌면 더이상 선악의 구별이 필요없는지도 모를정도로...

- 이후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의사의 아내가 깡패두목을 죽이고 그 다음 다른 병실의 여자가 불을 질러 깡패들을 다 죽게 되었을때는 약간 통쾌하기도 했다. 수용소가 불타서 무너지기 전부터 소설에서는 이미 바깥세상이 무너졌다는 징조를 보인다. 배급은 점점 되지 않고 군인은 점점 줄고 라디오 방송은 끊기는 등. 그래서 예상은 했지만 이후 주인공과 그 일행들이 보게된 바깥세상은 더욱더 끔찍했다.

- 노인의 말처럼 다시 유목민으로 돌아간 그러나 과거처럼 창을 들고 자신감에 찬 인류가 아닌 눈이 멀어서 그져 음식 냄새만 쫒아다니는 모습으로... 물론 소설 말미에 처음 눈이 멀었던 남자부터 다시 눈을 뜨게 되지만 다시 눈을 뜨게된 인류가 이전과 같을지는 모르겠다. 아마 주제 사라마구 작가의 다음 작품인 '눈 뜬 자들의 도시'에서 이후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3. 따옴표로 대사를 구분하지 않고 한 문장으로 쭈욱 쓰고, 중간중간 속담과 격언을 인용하며 비꼬는 작가의 방식은 마음에 들었다.

-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대사를 따옴표로 구분하지 않아 조금 혼란이 있었다. 그러나 누가 어떠한 대사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작가가 글을 잘 썻고, 오히려 대사가 구분되지 않는 것이 마치 내가 따옴표를 눈으로 보고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로 이러한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눈이 멀었을때는 이야기를 듣기만 해야하는 것처럼...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선하고 재미있는 방식이었다.

- 검은 안경을 낀 여자가 비록 사회적 기준으로 봤을때는 문란한 여자였으나 그녀가 부모에 대한 효심이 깊을 줄 누가 예상했겠냐며 반전을 준것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고 검은 안대의 노인이 라디오의 뉴스내용을 전달할때 작가가 불필요한 말들은 빼고 말해주겠다고 하는 부분 같이 마치 작가가 독자들과 같이 이 백색실명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 한명한명의 행동과 생각을 비평하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매우 재밌게 읽었다. 마치 수용소 환자들의 모습을 CCTV로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앞서 대사를 따옴표 처리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 그래서 그들의 비참한 상황이 더 직접적으로 와닿게 느껴진것 같다.

728x90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