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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키르케 - 매들린 밀러

by 펄서까투리 2020. 10. 5.
  • 지은이: 매드린 밀러
  • 옮긴이: 이은선
  • 출판사: 이봄
  • 출간: 2020년 5월 28일

 

# 세줄 요약 #

  1. 그리스 신화에서 마녀의 여신이었던 키르케의 이야기를 작가가 현대의 시선으로 재해석 혹은 각색한 소설.
  2.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주인공인 키르케를 신화에서 봤던 단순한 악녀의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관계(또는 신과의 관계)에서 상처 받고 자신의 나약함에 고뇌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서히 성장하는 매우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3. 신화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기에 전체적인 내용이 이미 '스포'되어 있긴 하지만, 약간의 각색과 키르케의 인간적인 내면 묘사로 인해 개인적으로 매우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 상세 리뷰 #(!스포주의!)

 내가 신화에서 느꼈던 키르케는 질투심에 스킬라라는 님프를 괴물로 만들고, 남자들을 돼지로 변신시킨 다음 부려 먹으며, 영웅 오디세우스에게 반하여 한때 그를 잡아두었던 악녀 이미지가 강했다. 마녀하면 무시무시한 힘을 부리는 여성의 이미지인데 하물며 그런 마녀들의 여신이니 신화에서 접했던 키르케의 이미지는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이 책은 메들린 밀러라는 현대의 작가가 신화의 키르케를 가지고 재해석하고 약간의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내가 알던 키르케의 이미지를 매우 인상깊게 바꾸었다. 이 책에서 키르케는 매우 인간적인 어찌보면 실수하고 별볼일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인다. 위대한 아버지 태양의 신인 헬리오스에게서 태어났지만, 별 능력없는 님프라는 점에 어릴때는 아버지의 눈치를 보기 바빳고 게다가 신 치고는 못생긴 외모와 목소리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진 것으로 나온다. 반면 신들과 자신의 형제 남매들은 제멋대로이고 우월감에 가득찬 신의 모습 그대로 대조되어 나온다. 우리가 그리스 신화에서 봐왔듯이 어찌보면 비윤리적이고 문란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그랬던 키르케는 첫사랑이었던 글라우코스를 신으로 바꾸면서 처음으로 마녀의 여신으로서 능력을 보였고(그 당시에는 자신의 능력인줄 몰랐지만) 그렇게 신으로까지 만들면서 사랑했던 글라우코스는 정작 신이 되자마자 자신보다 더 예쁜 스킬라와 사랑에 빠지는 것을 보고 크게 상처를 받고 이에 스킬라를 괴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그 벌로 아이아이에라는 외딴 섬으로 유배를 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이 책에서는 정말 일반적인 여성이 겪는 심경변화로 잘 표현하였다.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아무런 의심없이 남자를 믿고 사랑하지만 배신당하면서 아파하고 그 아픈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스킬라를 괴물로 만들어버리지만 정작 자신이 그런 죄를 저지르자 놀라고 이후 스킬라가 죄없는 선원들을 잡아먹는 완전한 괴물이 되자 자신의 죄인양 죄책감을 느끼는 그러한 모습이 평범한 인간 또는 여성이 겪을법한 심리로 잘 묘사하였다. 

 이후 그녀가 유배된 이후에는 헤르메스와는 동침하며 순수한 사랑보다는 일시적인 쾌락을 즐기고, 그 와중에 다이달로스와는 이어지진 않았지만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능력인 마법을 깨닫고 나서는 자신의 능력을 공부하며 발전시키고 이후에는 오디세우스와 사랑, 그 사이에서 낳은 텔레고노스에 대한 모성애,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아테나와 맞서는 모습까지 한 인간 여성의 성장기처럼 잘 그려낸다. 상심하고, 아파하고, 자신의 능력을 찾고, 진정한 사랑을 놓치기도, 잠깐이나마 얻은 후 어머니가 되어 자신의 자식을 절대적으로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까지 그러한 모습이 너무 인간적이라 키르케라는 캐릭터에 개인적으로 매우 공감이 되었다.

 마지막에는 그녀가 진정한 사랑으로 '텔레마코스'를 찾은 이후에는 아들인 텔레고노스는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떠나보내고 다음에는 스스로 유배를 풀고, 자신의 죄악이었던 스킬라를 처치하는 등 자신의 과거까지 청산하며 마무리한다. 나는 비록 남자이긴 하지만 키르케의 이러한 인간적인 여성으로서의 고뇌와 성장이 잘 묘사되고 느껴져서 좋았던 소설이다. 

 신화랑 그대로 이어지는 부분도 약간의 각색이 들어간 부분도 공존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잘 쓴 작품이라 생각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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